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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음성' 비판적 읽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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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음성' 비판적 읽기[2]
  • 정윤석
  • 승인 2017.05.15 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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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로고스로서의 말씀’ 넘어서 '레마' 받아야···해석학적 우상숭배되나?
▲ 개인의 생각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해석학적 우상숭배가 될 수 있다(CBS 낸시랭의 신학펀치 갈무리)
왕의 음성인가, 내가복음인가?
‘내가복음’이란 말이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하고는 ‘복음’을 붙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 <왕의 음성>을 읽다보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삶을 말하면서도 결국은 내가복음을 갖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생긴다. ‘내가 들은 음성’을 강조하는 저자들은 성경까지도 그 본의와는 상관없이 그냥 내가 좋아하고 깨달은 말씀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포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저자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책 전장에 걸쳐 강조하면서 성경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즉,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을 뿐 아니라, 환상, 꿈, 대면·대화 방식 등 직접 음성듣기를 언급할 뿐 아니라 성경의 중요성 또한 역설한다는 것이다. ‘제 4장 기록된 말씀을 통해 말씀하신다’(121페이지)에서 그 부분이 특히 강조된다. 저자는 “하나님께서 성령충만한 사람들을 통해 성경을 기록하시고, 그 기록된 말씀인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성경을 기록하신 목적은 전적으로 우리를 위한 것이다. ··· 성경은 하나님의 관점의 기록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분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말씀하신다.”(124페이지)고 주장한다. 기록된 말씀인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멋진 표현이다. 기록된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면 누가 문제 삼을까? 독자들은 이런 요소 때문에 <왕의 음성>이 신앙에 유익이 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살펴보자. 저자가 성경 말씀을 강조하면서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게 있다. 저자는 성경의 본의를 살피고 고민할 것을 말하기 보다 성경을 통해 ‘내게 말씀하시는 게 무엇인지 깨닫는 것’에 강조점을 둔다. <왕의 음성>이 갖고 있는 문제는 ‘내가 깨달은 말씀이 하나님의 음성’이라고 단정한다는 점이다. 결국 저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나’라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과연 저자들은 ‘왕’이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으려는 진지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인가? 의아해지기까지 한다. 다음 글을 보자.

▲ 왕의음성 167페이지 내용
“말씀 묵상할 때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성령님, 이 기록된 말씀을 통해 제게 말씀하소서.’ 그러고 나서 말씀을 천천히 읽는다. 처음에 읽을 때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다시 읽는다. 그러다 어느 한 단어, 한 구절, 한 단락에서 마음에 무언가 주어지는 게 있다. 마치 누가 옆구리를 콕 찌르듯이, 아니면 살짝 어깨를 두드리듯이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게 있다. 이 구절을 통해 주님이 내게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 부분에 집중하여 처음의 질문을 다시 하라. ‘주님, 이 기록된 말씀을 통해 제게 말씀하소서.’ 성령께서 지금 내게 응답하는 중이다.”(167~168페이지).

“내게 감동이 되는 말씀이 있다면 주님이 내게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주의 음성을 듣고 있는 것이다.”(168페이지).

성경을 읽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구절이 있다면 그건 주님이 내게 말씀하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인 구절에 집중해 “이 기록된 말씀을 통해 제게 말씀하소서”라는 부분에 이르면 고개가 절래 절래 저어질 수밖에 없다. 내 마음에 ‘콕!’찌르듯 다가온 말씀은 주님이 내게 말씀하는 것이며, 그 기록된 말씀, 사실상, 내 옆구리 찌르듯 콕 다가온 말씀을 통해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레마’라고 표현한다(128페이지). 그 레마의 말씀에 집중해 다시 보고 또 보는 방식이 저자들이 추구하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성경을 통해 성경의 본뜻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들은 내게 ‘콱’하고 꽂히는 말씀에 집중하는 황당한 방법을 아주 당당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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